나는 부서진 벽시계다. 한때 나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실의 벽에 걸려, 그들이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그들의 하루를 측정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바쁜 아침,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서두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시계를 확인했다. 또 다른 날은 여유로운 저녁, 그들은 나를 보며 오늘 하루의 끝자락을 맞이했다. 내 바늘은 그들의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바늘은 멈추었다. 그것은 갑작스럽고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는 고장이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나를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내 바늘은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멈춘 사실을 알았고, 내 주위를 지나칠 때마다 멈춰버린 시간을 확인하며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들은 나를 한동안 무심코 바라보았고, 결국 내가 더 이상 그들의 시간을 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시간은 나를 떠났고, 이제 나는 단지 벽에 걸린 장식일 뿐이다. 아무도 내 바늘을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움직였는지, 그 시간은 이미 멀어진 기억 속으로 흩어져 가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보고 시간을 맞추지 않고, 대신 다른 기계들,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들로 시간을 확인한다. 나는 그저 그들의 배경 속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간을 기억한다. 내 바늘이 멈춘 그 순간, 내 안에 감춰진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하루를 측정했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된 하루, 중요한 순간에 쏟아졌던 에너지, 그리고 저녁에 내 바늘이 가리키던 고요한 순간들. 그 모든 시간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쉰다.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지만, 그 시간들은 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끔, 내가 멈춘 이유를 고민한다. 내가 멈춘 그 시간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왜 그 순간을 끝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내 바늘을 바라보며 지나칠 때, 그들은 내가 고장난 시계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들의 시간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그들의 중요한 순간들은 나와 함께했고, 나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부서진 벽시계다. 내 바늘은 멈췄지만, 내 속에 숨겨진 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내가 다시 움직이지 않더라도, 내가 본 그 모든 시간들이 나의 일부로 남아 있다. 내가 멈춘 시간 속에서, 나는 그들의 기억과 함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